서비스디자인은 왜 서비스경험디자인으로 불러서는 안되는가

2026. 9. 22. 23:17카테고리 없음

서비스디자인은 이미 국제적으로 하나의 디자인 전문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산업 조사에서 별도로 집계되고, 대학에 독립된 학위가 있으며, 정부와 기업이 Service Designer를 채용하고, 국제 디자인어워드가 별도의 분야로 심사한다. 영국 정부에는 Associate Service Designer에서 Head of Service Design에 이르는 직무체계까지 존재한다. 그러니 이제 한국에서도 이 영역을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서비스경험디자인’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분류, 정책, 자격, 전문인력 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이 용어를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미 형성된 전문영역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산업분류, 직무, 교육, 자격, 정책, 연구와 국제 교류 사이의 연결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왜 서비스경험디자인이 아닌가

앞선 글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이 이미 하나의 디자인 전문영역으로 자리 잡았음을 살펴보았다. 산업조사, 대학의 학위, 정부의 직무체계, 국제 디자인어워드, 전문단체와 제도가 서로 독립적으로 Service Design이라는 영역을 식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생긴다.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은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을 ‘서비스경험디자인’이라고 불러도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영역은 아니다. 서비스디자인과 사용자경험디자인(UX)은 각각 독자적인 전문영역으로 발전해 왔으며, 다루는 대상과 문제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영역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을 때 ‘서비스·경험디자인’이라는 포괄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미 정착된 Service Design의 명칭을 ‘서비스경험디자인’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은 함께 성장했지만 같은 분야는 아니다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사람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사용자조사를 통해 요구와 행동을 이해하며, 사용자여정을 살피고,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검증한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서비스디자이너와 UX디자이너가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두 분야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직무·어워드 체계를 살펴보면 오히려 반대의 흐름이 확인된다. 두 분야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각자의 전문영역으로 분화되고 있다.
미국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SCAD)의 School of Design이 대표적이다. 2026~2027 학사체계에는 Service Design과 User Experience가 각각 독립 전공으로 존재한다. Service Design에는 BFA·MA·MBI 과정이 있고, User Experience에는 UX Design BFA·MFA 과정이 별도로 운영된다. 같은 디자인대학 안에서 두 영역을 하나로 묶지 않고 서로 다른 학위체계로 운영하는 것이다.
국제 디자인어워드에서도 같은 구분을 확인할 수 있다.
iF DESIGN AWARD는 2025년까지 Product Design, Communication Design, Packaging Design, Service Design, Architecture, Interior Design, User Experience(UX), User Interface(UI), Professional Concept을 서로 다른 9개 디자인 discipline으로 운영했다. 현재 2027년 분류에서도 Service, System & Process Design과 **User Experience(UX)**는 각각 별도 대분류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분야가 다루는 사례가 실제로 상당히 겹친다는 것이다. iF의 UX 분야에는 Product UX뿐 아니라 Mobility, Healthcare, Retail/Banking, Workplace, Education UX 등이 있다. 반면 Service, System & Process Design에는 금융, 의료, 교육, 교통, 정부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동일한 산업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UX와 Service Design을 서로 다른 디자인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분야를 가르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무엇을 디자인 대상으로 삼느냐이기 때문이다.

경험디자인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을 중심에 둔다

사용자경험의 의미부터 살펴보면 두 영역의 차이가 좀 더 명확해진다. ISO는 user experience를 제품·시스템·서비스의 사용 또는 예상된 사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용자의 지각과 반응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감정, 믿음, 선호, 인식, 편안함, 행동과 성취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사용자경험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계를 맺으면서 무엇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에 관심을 둔다. 웹사이트라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지, 앱이라면 사용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자동차라면 운전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이 이해하기 쉬운지, 병원서비스라면 예약·접수·진료 과정이 환자에게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살펴본다.
영국 정부의 Interaction Designer 직무 정의도 이 특징을 잘 보여준다. Interaction Designer는 사용자가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최선의 방식을 전체 흐름에서 개별 디자인 요소까지 다루는 역할로 정의되어 있다. 이 직무 역시 Associate에서 Head까지 6단계의 별도 경력체계를 가지고 있다. 경험디자인의 중심에는 사용자와 대상 사이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로 형성되는 경험의 질이 있다.
* 관련 글 :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서비스디자인은 경험을 만들어내는 시스템까지 다룬다

서비스디자인도 당연히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시야를 더 뒤로 물린다.
영국 정부는 Service Designer를 서비스의 end-to-end journey 전체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정부가 정책의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기관이 제공하는 거래, 제품, 콘텐츠, 디지털·오프라인 채널까지 함께 다룬다고 설명한다. 즉 서비스디자인의 대상은 사용자가 직접 마주하는 경험만이 아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람
업무절차
조직
정보
기술
채널
운영규칙
정책과 제도 의 관계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병원 예약 경험을 개선한다고 해보자. 환자가 사용하는 앱의 메뉴와 화면 흐름을 개선하고, 예약 과정의 불편을 줄이고, 적절한 안내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경험디자인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예약이 근본적으로 잘 작동하려면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진료과별 예약기준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의사의 일정과 예약시스템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취소된 시간은 어떻게 다시 배정되는가. 접수창구와 콜센터는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가. 초진과 재진의 업무규칙은 어떻게 다른가. 예약 변경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환자는 이 구조를 직접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면 아무리 앱을 잘 만들어도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
서비스디자인은 흔히 frontstage와 backstage를 함께 다룬다. 사용자가 보는 무대 앞의 경험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대 뒤의 시스템을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보다 ‘어디까지 디자인하느냐’에 있다.
iF가 Mobility UX, Healthcare UX, Workplace UX 등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만 보아도 UX의 대상은 이미 물리적 제품과 서비스 환경까지 넓어졌다. 반대로 서비스디자인 역시 사용자 경험을 핵심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두 분야를 칼로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다.
차이는 중심과 범위에 있다.

구분 서비스디자인 사용자경험디자인·경험디자인
중심 질문 서비스 전체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사용자는 이것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주요 대상 서비스시스템 전체 사용자와 제품·서비스 사이의 경험
범위 end-to-end, frontstage + backstage 사용자 접점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전후 맥락
주요 관심 사람·프로세스·조직·기술·정보·정책의 연결 인지·감정·행동·상호작용·사용성·경험의 질
대표 직무 Service Designer UX Designer, Interaction Designer, Experience Designer
대표 관점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까지 개선 사용자의 경험을 형성하는 접점과 상호작용 개선


같은 병원서비스를 두고 UX디자이너는 환자가 예약하고 진료받는 과정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서비스디자이너는 그 경험을 만들어내는 예약체계·업무프로세스·직원 역할·데이터·운영정책까지 함께 재구성할 수 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당연히 두 역할이 겹친다.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이 공간이라는 공통 대상을 다룬다고 같은 분야가 아닌 것처럼, 서비스디자인과 UX디자인이 모두 제품 사용경험을 다룬다고 같은 분야는 아니다.

독립된 두 분야를 하나의 이름으로 합칠 이유는 없다

이렇게 보면 ‘서비스경험디자인’이라는 명칭의 문제가 좀 더 분명해진다. Service Design과 User Experience Design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지만, 현재의 교육·직무·어워드 체계에서는 각각의 이름을 가진 전문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디자인을 ‘서비스경험디자인’이라고 부르면 두 분야의 관계가 오히려 불분명해진다. 서비스디자인에 ‘경험’을 붙인 것인지, 사용자경험디자인의 서비스 분야를 의미하는 것인지, Service Design과 Experience Design을 결합한 새로운 영역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명칭 하나가 동시에 세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면 분류명으로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Service Design
User Experience Design
Interaction Design
같은 명칭이 각자의 직무와 교육체계에 연결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Service Design을 ‘서비스경험디자인’이라고 다시 이름 붙일 경우 이러한 대응관계가 흐려진다.
‘서비스·경험디자인’은 포괄범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을 함께 묶어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두 분야는 연구방법과 실무도구를 많이 공유하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도 긴밀하게 협업한다. 교육이나 자격, 연구사업의 목적에 따라 두 분야를 하나의 큰 범주로 묶어 다루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26년 발간한 「디자인사전(서비스·경험디자인)」이 바로 그런 방식이다. 진흥원은 보도자료 첫 문장에서 사전의 범위를 “서비스디자인과 사용자경험디자인(UX) 분야(이하 서비스·경험디자인)”라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서비스·경험디자인’은 서비스디자인을 새로 정의한 명칭이 아니라, 서비스디자인과 사용자경험디자인을 함께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포괄표현이다. 이 구분을 그대로 따르면 문제가 없다.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 → 독립된 디자인 전문영역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 독립된 관련 디자인 전문영역
서비스·경험디자인(Service & Experience Design) → 두 영역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는 포괄범주

국내에서는 이미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정책언어가 축적돼 있다

명칭을 바꿀 필요가 없는 이유는 국제적 정합성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상당한 제도와 정책이 축적되어 있다. 2014년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을 통해 서비스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다.
「행정절차법 시행령」에는 국민의 의사와 수요를 행정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 기법’이 규정되어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역시 지금도 홈페이지와 사업체계에서 서비스디자인 연구, 공공서비스디자인, 서비스디자인Pool 등의 명칭을 사용한다. 동시에 별도의 국가기술자격으로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를 운영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분야명이다. 서비스·경험디자인은 두 관련 분야를 함께 다룰 때 사용할 수 있는 포괄범주이고, 현재 국가기술자격 명칭에도 활용되고 있다. 둘의 층위를 구분하면 기존 제도와 충돌하지 않는다. 자격체계가 산업과 직무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체계가 이미 존재하는 산업과 직무를 지원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

명칭의 혼란은 정책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용어는 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분야의 명칭은 산업을 조사하고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과정을 만들며 지식을 검색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식별자이다. Service Design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해외 대학의 Service Design 학위, Service Designer 채용시장, 정부 직무체계, 연구논문, 국제어워드와 직접 연결된다. 반대로 국내에서 ‘서비스경험디자인’을 별도 분야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몇 가지 실무적 문제가 생긴다. 채용시장을 조사할 때 Service Designer와 서비스경험디자이너를 같은 직무로 집계해야 하는가.
산업통계에서 서비스디자인기업과 서비스경험디자인기업은 같은 업종인가.
대학의 서비스디자인 전공과 서비스경험디자인 전공은 같은 분야인가.
해외 Service Design 연구를 국내 서비스경험디자인 연구와 동일한 검색어로 찾아낼 수 있는가.
이런 규칙이 별도로 필요해진다. 명칭의 불일치는 검색의 불일치가 되고, 검색의 불일치는 통계와 지식축적의 불일치가 된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 커진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사전(서비스·경험디자인)」을 만든 이유 중 하나도 전문용어의 의미와 범위를 일관된 기준으로 정리하고, 검증된 용어와 정의를 신뢰도 높은 언어 데이터로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기본적인 분야명부터 일관되어야 한다. AI가 ‘서비스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서비스경험디자인’, ‘서비스 경험 디자인’, ‘서비스·경험디자인’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학습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좋은 분류체계는 지식을 연결한다. 나쁜 분류체계는 같은 지식을 여러 이름 아래 흩어 놓는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부르자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은 서로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다. 각자의 관점이 다르고, 실제 문제에서는 자주 만난다.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려면 서비스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가 있고, 서비스를 혁신하려면 사용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서비스디자이너와 UX디자이너가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협업한다고 이름까지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 분야가 성숙할수록 서로의 경계를 이해하면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각각 성장해 온 두 전문영역의 경계를 존중하고, 국내 산업·직무·교육·자격·정책체계를 국제적인 지식체계와 일관되게 연결하는 문제에 있어 출발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026.9.22. 자료 탐색과 1차 출처 확인·교차 검증에 ChatGPT와 Claude를 활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