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2. 22:55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 소식
서비스디자인은 하나의 전문영역인가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의 한 영역인가. 아니면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용자중심 접근과 방법론을 서비스 문제에 적용하는 하나의 실천방식에 가까운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서비스디자인이 무엇이라고 정의되는지만 살펴봐서는 부족하다. 실제로 세계의 산업·교육·직업·정부·디자인계가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하나의 전문영역이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려면 명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조사에서 별도로 구분되고, 대학에서 독립된 교육과정과 학위가 운영되며, 노동시장에서 별도의 직무로 채용되고, 정부와 전문기관이 역량체계와 경력경로를 만들고, 디자인어워드에서도 독립된 심사영역으로 인정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으로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서비스디자인은 이미 국제적으로 디자인의 한 전문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디자인산업 조사의 한 분야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 가운데 하나는 영국 Design Council의 산업조사이다. Design Council은 2009년 영국 디자인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2,200개가 넘는 디자인기업, 인하우스 디자인팀, 디자인컨설팅사와 프리랜서가 조사에 참여했다. 이 조사에서 Design Council은 디자인 활동을
communications
digital & multimedia
interior & exhibition
product & industrial
fashion
service design
등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당시 서비스디자인산업의 규모가 크냐 작으냐가 아니다. 서비스디자인을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디지털디자인, 제품·산업디자인 등과 구별되는 디자인산업의 조사 단위로 설정했다는 사실이다.
10여 년 뒤 Design Council의 인식은 더 명확해졌다. 「Design Economy 2021」 연구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아예 “a specialist sub-field”, 즉 디자인의 전문 하위영역이라고 표현한다. 서비스가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하여 서비스디자인을 별도로 검토해야 할 분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 서비스디자인을 하나의 디자인 영역으로 보는 것은 서비스디자인 업계 내부의 자기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 차원의 디자인산업 연구에서 이미 별도 분야로 다루어져 왔다.
‘Service Designer’라는 직업이 증거다
산업조사의 분류보다 더 강한 증거는 직업의 존재이다.
영국 정부의 Government Digital and Data Profession Capability Framework에는 ‘Service Designer’가 공식 직무로 존재한다. 영국 정부는 서비스디자이너를 서비스의 end-to-end journey, 즉 처음부터 끝까지의 전체 여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서비스디자이너는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정부가 정책의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며, 여러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디지털·오프라인 채널의 거래, 제품, 콘텐츠 등을 함께 다룬다.
영국 정부에는
Associate Service Designer
Junior Service Designer
Service Designer
Senior Service Designer
Lead Service Designer
Head of Service Design
으로 이어지는 6단계의 경력체계가 존재한다. Head of Service Design은 조직의 디자인전략과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 전체의 다른 책임자들과 협업하며, 서비스디자이너들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쯤 되면 서비스디자인을 하나의 프로젝트 방법론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방법론에는 일반적으로 Associate, Senior, Lead, Head라는 승진체계가 없다. 직업에는 있다.
국가 직업훈련 표준에도 들어갔다
영국 Skills England에는 Service Designer가 정식 직업훈련 표준(occupational standard)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표준은 2023년 3월부터 교육이 가능하도록 승인되었다.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은 해당 직업에서 요구하는 지식·기술·행동역량을 실제로 갖추었는지를 독립적인 최종평가를 통해 검증받는다. Cabinet Office, Department for Education, HMRC, NHS, Public Health England, 지방정부, Citizens Advice, Cancer Research, Red Cross,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즉 정부 및 공공기관이 다양하게 참여한 것으로, 특정 분야를 일시적으로 프로젝트에 활용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직무가 정의되고 → 필요한 역량이 규정되고 →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 평가체계가 만들어지는 단계까지 와 있다. 하나의 전문직이 제도화되어 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독자적 학문 분야가 되었다
교육체계를 보면 분야의 독립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SCAD)은 현재 Service Design을 독립 전공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6~2027 학사과정에는
Service Design, BFA
Service Design, MA
Service Design, MBI
라는 세 개의 독립 학위가 존재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SCAD가 Service Design과 User Experience를 구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School of Design 안에서 각각 별도의 교육영역으로 운영한다. 서비스디자인과 UX디자인은 사용자조사, 프로토타이핑, 여정 분석 등 여러 방법을 공유하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전문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른 분야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도구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어떤 문제범위를 다루며, 어떤 지식과 전문역량을 축적하는가에 있다.
Royal College of Art(RCA) 역시 MA Service Design을 독립 석사과정으로 운영한다. RCA는 서비스디자인을 복잡한 사회적·조직적·환경적 문제를 다루는 초학제적 디자인 실천으로 설명하고, 디자인리서치, 시스템사고, 협업적 방법, 프로토타이핑 등을 주요 역량으로 교육한다.
RCA는 이 과정을 세계에서 오래 운영된 서비스디자인 석사과정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면서, 자신들이 연구·교육·실무를 통해 서비스디자인 분야의 발전에 참여해 왔다고 명시한다는 점이다.
졸업생의 활동영역도 디자인컨설팅에 한정되지 않는다. 금융, 정부, 디자인기업, 문화기관, 비영리조직, 창업 등으로 확장되어 있다.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의 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도 현재 MA Service Design을 독립 대학원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립 학위가 여러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한 분야가 단기 유행어를 넘어 교육 가능한 지식과 역량체계를 갖추었다는 증거이다.
디자인 노동시장의 직업으로 조사한다
핀란드에서도 다른 형태의 증거가 확인된다.
핀란드의 디자인전문가단체 Ornamo는 매년 디자인산업과 노동시장을 조사하는 Design Pulse를 실시한다. 2026년 조사에는 디자인전문가 544명과 기업 102개가 참여했다. Ornamo는 조사 대상인 디자인전문가를 설명하면서
interior architects, service designers, digital designers, industrial designers and other design specialists
라고 구분한다. 즉 서비스디자이너를 실내건축가, 디지털디자이너, 산업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전문직군으로 취급한다.
핀란드에서 서비스디자인이 특별히 의미 있는 이유는 교육체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Aalto University의 디자인 석사과정에서는 Collaborative and Industrial Design 전공이 기존 산업디자인을 interaction design, service design, co-design 등으로 확장된 분야로 설명하고 있으며, 2026~2028 교육과정에는 Strategic Service Design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되어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 단절되어 나타난 분야가 아니라, 산업디자인 등 기존 디자인이 서비스와 시스템으로 디자인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가 디자인 역량체계에 포함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가 차원의 디자인 인력정책에서 서비스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DesignSingapore Council의 Skills Framework for Design Technical Guidebook은 디자인 분야의 직무와 역량을 체계화하면서 Innovation & Insight 영역 안에
Design Research
Service Design / Experience Design
Strategy / Business Design
을 각각 구분해 제시한다.
여기에서 서비스디자인/경험디자인은 제품·서비스·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여러 사용자 접점 전체의 경험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전문역량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명칭의 세부 표현보다 국가 차원의 디자인 인력·역량체계에서 별개의 전문역량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직무체계는 문서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 Government Technology Agency, 즉 GovTech는 실제로 Principal Service Designer를 채용했다. 이 직무는 정부기관의 복잡한 문제를 다루면서 시스템, 접점, 이해관계자를 가로지르는 end-to-end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고, 서비스디자인과 디자인리서치 방법을 활용하도록 요구한다. 즉 역량체계 → 직무 → 실제 정부 채용 으로 연결되어 있다.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전문영역이 노동시장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주요 공모전에서 디자인 분야로 다룬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독일 iF DESIGN AWARD도 서비스디자인을 별도의 디자인 분야로 다룬다.
2023년과 2025년 iF DESIGN AWARD는 디자인을 9개 주요 discipline으로 나누면서
Product Design
Communication Design
Packaging Design
Service Design
Architecture
Interior Architecture
User Experience(UX)
User Interface(UI)
Professional Concept
을 각각 별도의 분야로 운영했다. 현재 분류체계에서는 Service, System & Process Design이라는 대분류 안에서 서비스디자인을 명시하고 있다. iF는 서비스디자인을 모든 서비스 제공 접점을 고려해 서비스를 만들거나 개선하고, 사용자 요구와 조직의 목표를 함께 충족하도록 하는 사용자중심 접근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iF는 UX와 UI를 서비스디자인과 별도의 분야로 운영한다. 서비스디자인과 UX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해서 같은 분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Australian Good Design Awards는 현재 전체 디자인을 13개의 Design Disciplines으로 구분한다. 그 안에는
Built Environment
Communication Design
Design Research
Design Strategy
Digital Design
Engineering Design
Policy Design
Product Design
Service Design
Social Impact
등이 각각 독립 영역으로 존재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다시
Commercial Services
Education Services
Public Sector Services
라는 세 개의 하위분야로 나뉜다. 서비스디자인 심사기준도 별도로 존재한다.
전체 서비스 여정을 정의했는가, 서비스 요소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디자인되었는가, 서비스 제공자와 직원까지 고려했는가, 접점과 물리적 요소가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가, 서비스가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에게 가치를 만드는가 등이 평가된다. Product Design과 Service Design을 서로 다른 디자인 discipline으로 놓고 각각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 커뮤니티와 지식체계도 생겼다
한 분야가 충분히 성장하면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는 공동체가 생긴다.
Service Design Network(SDN)는 서비스디자인 실무자, 연구자, 조직을 연결하는 국제 비영리 네트워크이다. 현재 SDN은 95개국 이상에서 약 8만 명을 연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SDN은 국제 컨퍼런스인 Service Design Global Conference, 서비스디자인 교육과 전문인증, 지역별 Chapter, Service Design Award 등을 운영한다. 또 2009년부터 서비스디자인 전문저널 Touchpoint – The Journal of Service Design을 연 3회 발행하고 있다.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산업조사, 학위, 정부 직무체계, 실제 노동시장, 디자인어워드, 전문단체와 전문지식 생산체계가 존재한다. 하나의 분야를 지탱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은 법률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분명하다. 2014년 12월 30일 「산업디자인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제2조의 산업디자인 정의가 변경되었다. 개정 전 법률은 산업디자인을 “제품 등의” 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창작·개선행위라고 정의하고, 제품디자인·포장디자인·환경디자인·시각디자인 등을 예시했다. 개정법에서는 이를 “제품 및 서비스 등의” 가치로 확대하고, 산업디자인의 범위에 “서비스디자인”을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개정법은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수록된 개정이유에는 산업디자인 영역이 제품의 외관 스타일링을 넘어 기술적 요소와 서비스산업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디자인의 범주에 서비스디자인을 추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독립 산업’인가
여기에서는 한 가지 선을 정확히 그어야 한다. 앞의 여러 근거를 가지고 “서비스디자인은 세계 각국에서 독립된 산업으로 공식 분류되어 있다.”라고 말하면 과장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2022 NAICS, 즉 북미산업분류체계는 Specialized Design Services 아래에
Interior Design Services
Industrial Design Services
Graphic Design Services
Other Specialized Design Services
를 두고 있지만, Service Design Services라는 별도의 산업코드는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서비스디자인은 국제적으로 독립된 디자인 전문영역으로 제도화되어 있지만, 모든 국가의 표준산업분류에서 독립된 산업코드를 부여받은 단계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영국 Design Council은 디자인산업 조사분야로 Service Design을 구분했다.
영국 정부는 Service Designer라는 직무와 6단계 경력체계를 운영한다.
영국 Skills England는 Service Designer를 국가 직업훈련 표준으로 관리한다.
미국 SCAD와 영국 RCA·UAL은 Service Design이라는 독립 학위를 운영한다.
핀란드 Ornamo는 디자인 노동시장 조사에서 service designer를 하나의 디자인 전문직으로 집계한다.
핀란드 Aalto University는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 교육과 연구의 전문영역으로 다룬다.
싱가포르는 국가 디자인 역량체계에 Service Design/Experience Design을 두고, GovTech는 실제로 Principal Service Designer를 채용한다.
Australian Good Design Awards는 Product Design, Digital Design, Policy Design 등과 나란히 Service Design을 독립 Design Discipline으로 운영한다.
독일 iF DESIGN AWARD 역시 Product, Communication, Service Design, UX, UI 등을 서로 다른 디자인 분야로 구분한다.
전 세계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은 Service Design Network라는 전문단체를 만들고 국제 컨퍼런스와 전문저널, 교육과 인증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산업디자인진흥법」이 이미 서비스디자인을 산업디자인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산업조사를 하는 기관, 정부 인사체계를 관리하는 기관,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기관, 대학, 디자인어워드, 전문직단체, 법률이 각각의 이유로 Service Design이라는 동일한 분야를 식별하고 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한 증거다. 산업조사 → 교육 → 직업 → 경력체계 → 정부 채용 → 전문단체 → 전문지 → 디자인어워드 → 법·제도가 같은 이름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더 이상 명칭의 존재 여부를 논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이 분야를 우리나라의 산업분류, 직무체계, 교육, 자격, 기업지원과 디자인정책에서 어떻게 일관되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논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 분야를 제대로 인식하고 제도에 반영하는 일이 남아 있다.
2026.9.22. 자료 탐색과 1차 출처 확인·교차 검증에 ChatGPT와 Claude를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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