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2011년 4월,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부모와 열두 살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건물은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내부를 불법 개조한 주택이었다. 이웃들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불법 사용과 대피로 문제를 신고했다. 관련 정보는 시의 여러 기관에 있었지만, 이 건물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지지 못했다.[1]
같은 해 브롱크스와 브루클린의 불법 개조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다섯 명이 사망했다. 뉴욕시의회는 두 건물에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신고가 있었고, 시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2]
뉴욕시는 불이 난 뒤의 출동과 진압에 앞서, 예방을 위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수많은 건물 중 어디부터 살펴봐야 할까.
접수된 신고 중, 어느 곳이 가장 위험할까
당시 뉴욕에는 주택 내부를 허가 없이 나누어 더 많은 가구에 임대하는 불법 개조 주택이 있었다. 일부 건물에서는 임시 조리기구와 무리하게 연결한 전기 연장선을 사용했다. 실내문이 잠겨 있거나 대피로가 부족한 곳도 있었다.[3]
시민들은 뉴욕시의 민원 전화와 웹사이트인 311을 통해 의심되는 건물을 신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의 사례 자료에 따르면 불법 개조 관련 신고는 연간 약 2만 5,000건이었고, 이를 처리할 검사 인력은 약 200명이었다.[3]
모든 신고를 즉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접수 순서에 따라 처리하면 화재 위험이 큰 건물도 뒤로 밀릴 수 있었다.
뉴욕시는 건축국과 소방국 등 관계기관의 합동 대응팀을 구성했다. 블룸버그 시장 시절 데이터 분석을 이끌었던 마이크 플라워스와 분석팀도 참여했다. 이들이 세운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접수된 불법 개조 신고 중 어느 곳의 화재 위험이 가장 높은가?”
도시 전체의 모든 화재를 예측하려 하지 않았다. 실제 점검 대상인 신고 목록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결과를 합동 점검팀의 방문에 반영하려 했다.[3]
숙련자의 관찰에서 분석의 단서를 찾다
분석팀은 현장 검사자와 함께 건물을 살펴봤다.
뉴욕시의 사업 기록에는 책임 검사자가 건물 외벽의 벽돌을 최근에 보수한 흔적에 주목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흔적은 건물주가 건물 관리에 어느 정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짐작할 단서였다.[3]
분석팀은 이 관찰을 바탕으로 건물 관리 상태를 기존 자료에서 확인할 방법을 찾았다. 외관 보수 허가나 세금 체납 기록 등이 후보가 됐다. 현장 경험을 분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꾼 것이다.
플라워스의 설명에 따르면 분석팀은 약 90만 개 건물의 기본 목록에 약 19개 기관의 정보를 연결하고, 과거 5년간의 화재 기록을 대조했다.[4]
건축국의 건물·위반 기록, 소방국의 화재 기록, 재정 관련 자료, 시민의 신고는 원래 서로 다른 업무를 위해 수집된 정보였다. 이를 건물 단위로 연결하자 과거에는 따로 보이던 징후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 연결한 정보 | 살펴보려는 내용 |
|---|---|
| 건물 연식·규모·용도 | 화재 발생 건물에 공통된 특성이 있는가 |
| 불법 개조 신고와 위반 이력 |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된 건물인가 |
| 세금 체납·담보권 등 재정 기록 | 건물 관리의 어려움을 짐작할 단서가 있는가 |
| 과거 화재 기록 | 어떤 특성이 실제 화재 발생과 관련되는가 |
시의 사업 설명에 따르면 건물 연식, 신고 이력, 재산 가치, 건물 규모, 세금 체납이나 담보권 설정 이력 등이 화재가 발생한 건물과 관련된 특성으로 나타났다.[3]
세금 체납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건물 관리와 안전 상태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는 단서다.
분석팀은 결과를 현장 검사자들에게 보여주고 실제 사고 현장에서 보아온 조건과 부합하는지 다시 확인했다.[4]
데이터, 점검 인력의 배치를 바꾸다
뉴욕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화재 위험도가 높은 상위 5%의 신고를 합동 점검팀의 우선 대상으로 선별했다.
퀸스에서는 60일 동안 시범 운영을 했다. 분석팀이 우선 점검할 목록을 매일 전달하면 건축국과 소방국이 현장에 나갔다.[3]
분석은 점검할 순서를 제안했고, 검사자는 실제 위험을 확인했다.
플라워스는 당시 인터뷰에서 기존 신고 점검에서는 건물 전체나 일부를 비워야 할 만큼 심각한 위험 상태를 발견하는 비율이 약 13%였다고 설명했다. 분석으로 우선 선별한 신고에서는 이 비율이 약 70~80%였다고 말했다.[4]
한정된 점검 역량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화재 예측 정확도가 아니다. 위험도가 높다고 선별한 대상에서 심각한 위험 상태를 발견한 비율이다. 이 수치만으로 실제 화재나 사망자가 얼마나 줄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대상 집단이 달라 분석 시스템의 인과효과를 엄밀하게 입증한 결과로 보기도 어렵다. 데이터는 같은 시간에 몇 건을 처리할 것인가에 더해, 어느 곳부터 방문해야 더 큰 위험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결정을 개선하게 했다.
행정도 데이터 기반이 되어야
2011년 뉴욕시의회는 기관 간 신고 전달, 방문 시간, 현장 진입 절차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전에 방문해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면 저녁에 다시 방문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2] 당시 뉴욕시 관리보고서에 따르면 건축국은 2011 회계연도에 불법 개조 관련 신고 1만 8,937건에 대응했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신고 장소의 57%에 접근했다.[5] 점검 우선순위는 전체 과정의 한 단계였다. 방문 일정과 기관 협조, 현장 진입, 위험 확인,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데이터 분석의 성공을 알고리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를 받아 움직일 담당자가 있어야 하고, 그 담당자가 실행할 수 있는 절차와 권한도 갖춰져야 한다. 위험을 발견한 뒤 누가 어떤 조치를 할지도 정해져야 한다. 정책과 서비스의 효율은 분석과 실행 사이의 연결에서 만들어진다.
소방국은 실제 업무부터 살폈다
뉴욕 소방국은 별도로 건물 점검 체계도 개선했다. 관련 자료에 등장하는 FireCast와 위험 기반 점검 시스템(RBIS)은 접수된 불법 개조 신고를 선별하는 사업보다 넓은 범위의 건물 점검을 지원하는 체계다.
그 배경에는 2007년 옛 도이치은행 건물 화재가 있었다. 철거 중이던 건물에서 소방관 두 명이 숨졌고, 이후 조사에서는 소방 설비와 점검·보고 절차의 문제가 지적됐다.[6]
컬럼비아대학교 사례 연구에 따르면 당시 소방국은 건물의 용도와 위치, 담당자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점검 등급을 정하고 기록을 카드로 관리했다. 등급이 오랫동안 갱신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6]
2009년 개선 작업에 참여한 IBM 팀은 수개월 동안 검사자와 함께 현장에 다녔다. 하루 동안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언제 정보를 기록하는지, 어떤 서식을 사용하는지 살폈다.[6]
디지털화에는 추가 업무가 따랐다. 기존 카드 기록을 옮기려면 건물을 다시 확인하고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기관마다 자료 형식이 달랐고, 이미 사라진 건물이 기록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6]
시스템을 만들려면 현장의 업무와 데이터의 품질을 함께 확인해야 했다.
2013년 뉴욕시가 발표한 RBIS는 건축 자재, 스프링클러 유무, 높이와 연식, 마지막 점검일, 건물 사용 현황 등을 활용해 점검 우선순위를 정했다.[7]
이후 체계는 더 발전했다. 뉴욕시의 2024년 알고리즘 도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국은 ALARM이라는 모델로 약 33만 개 점검 대상 건물의 위험점수를 산출한다. 화재 발생 가능성과 화재 시 시민이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을 함께 고려하며, 모델을 매월 갱신한다.[8]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얼마나 큰가를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효율을 높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신고를 바탕으로 위험을 분석하면 신고되지 않은 장소는 사각지대에 남을 수 있다.
신고가 적은 이유는 다양하다. 신고 방법을 모르거나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불법 개조 사실이 드러나 집을 잃을 것을 걱정할 수도 있다. 데이터가 적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초기 분석에서 활용한 것으로 소개된 지역의 소득·이민자·고용 관련 특성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1] 지역 특성과 위험의 통계적 관계를 주민 개인의 속성이나 책임으로 해석하면 특정 집단에 점검과 단속이 집중될 수 있다.
위험을 발견한 이후의 대응도 정책의 일부다. 퇴거 명령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거주자에게는 갑자기 집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 안전 확보와 함께 대피·주거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성과를 평가할 때는 위험 발견율뿐 아니라 발견된 위험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개선 후에도 안전이 유지되는지, 조치 과정에서 시민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살펴야 한다.
정책과 서비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뉴욕 사례를 다른 분야에 적용할 때 먼저 정할 것은 질문이다. 노후 시설 중 어디부터 보수할 것인가. 어떤 사업장을 먼저 진단할 것인가. 어떤 시민에게 먼저 지원을 안내할 것인가. 질문이 정해져야 필요한 데이터와 실행 담당자, 성과를 확인할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제조현장의 지게차 충돌 위험을 예로 들어보자. 사고 기록만 보면 큰 사고가 없었던 작업장은 안전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업자가 지게차를 피하려고 자주 멈추거나, 운전자가 적재물 때문에 반복해서 급정거하는 장소가 있을 수 있다.
사고·아차사고 기록에 작업자의 경험, 이동 동선, 작업 시간, 적재물 배치, 정비 이력을 연결하면 우선 살펴볼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후 현장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작업자가 보행로를 벗어났다면 보행로가 막혀 있었는지, 작업상 우회가 불가피했는지,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져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동선 분리, 시야 확보, 작업 절차와 안내 방식 등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은 뉴욕 사례를 제조현장에 적용해 본 제안이다. 데이터 분석이 우선 진단할 대상을 제시한다면, 안전디자인은 위험이 발생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실행할 개선안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선 결과를 다시 축적하면 다음 진단과 자원 배분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의 변화는 이미 존재하던 신고와 현장 경험, 기관별 기록을 연결하는 데서 시작됐다.
우리의 정책과 서비스에도 정보가 쌓이고 있다. 그 정보가 바꿀 수 있는 결정은 무엇인가.
더 위험한 곳을 먼저 살피고, 더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누구의 경험과 어떤 기록을 연결해야 하는가.
2026.10.28. 윤성원 + 챗GPT
참고자료
- Stephen Goldsmith, 「Information: The Key to Effective Government」, Data-Smart City Solutions, Harvard Kennedy School. 브롱크스 화재와 사전 신고, 초기 분석 지표를 설명한다.
원문 보기 - New York City Council, 「Council Speaker Christine C. Quinn’s Opening Statement Before the Committee on Housing and Buildings and the Committee on Fire and Criminal Justice Services」, 2011. 6. 7. 불법 개조 주택 화재와 신고 대응, 기관 간 협력 및 현장 진입 문제를 다룬다.
원문 보기 - New York City Office of Data Analytics, 「Illegal Conversions」. 분석 질문, 현장 검사자의 관찰, 데이터와 시범 운영을 설명한다.
원문 보기 - O’Reilly, 「Predictive data analytics is saving lives and taxpayer dollars in New York City」. 마이크 플라워스 인터뷰. 데이터 결합, 현장 검사자와의 대조, 심각한 위험 상태 발견 비율에 관한 당시 설명이다.
원문 보기 - City of New York, Mayor’s Management Report, 2011. 건축국의 불법 개조 신고 대응 건수와 현장 접근 현황을 담고 있다.
원문 보기 - Columbia University, 「FDNY and Risk-Based Assessment」, From Compstat to Gov 2.0: Big Data in New York City Management. 소방국의 점검 체계 개선과 현장 업무 관찰, 데이터 연결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원문 보기 - City of New York, 「Mayor Bloomberg and Fire Commissioner Cassano Announce New Risk-Based Fire Inspections Citywide Based on Data Mined from City Records」, 2013. 5. 15.
원문 보기 - City of New York, Local Law 35: Algorithmic Tools Report, CY 2024, 2025년 3월 공개본. 소방국 ALARM 모델의 입력 데이터와 위험점수, 활용 목적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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