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5. 21:54ㆍ디자인/디자인·예술이야기

65세 무임승차 축소 논의에서 빠진 계산
65세부터 무료로 이용하던 지하철을 앞으로는 70세가 되어야 무료로 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관련 추산에 따르면 연령 기준을 높일 경우 지하철 운영기관의 운임수입은 연간 약 572억 원 증가한다. 한편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버스 이용을 지원하는 방안에는 연간 약 52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에 따라 무임수송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고령자의 건강 상태가 개선된 현실을 반영하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논의에는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고령자의 교통비 지원을 줄이면 국가와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도 줄어들까? 오히려 다른 비용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2010년 28.7%였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4년 38.2%로 9.5%포인트 높아졌다.(출처: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고령자 통계)
이제 고령자 열 명 중 네 명 가까이가 일하고 있다. 건강한 고령자가 더 오래 경제활동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여건이 더 오래도록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형태로 변하고 있고, 이러한 생활의 변화가 고령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고령자의 건강 개선은 교통지원 축소의 근거인 동시에, 그 지원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는지 확인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무임승차가 만들어 내는 편익
2026년 10월 22일 발표된 대한교통학회의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는 이 질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근거를 제시한다. 서울교통공사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무임수송의 연간 사회적 편익을 약 6,506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건강 관련 편익은 약 3,386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교통·환경 편익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포함됐다. 건강 관련 편익은 여러 효과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추정치로, 실제 의료비 절감액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무임승차에 따른 운임수입 감소는 교통기관에 집중되지만, 그 편익은 사회 여러 영역에 분산된다는 것이다. 교통기관의 장부만으로 제도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건강은 병원 밖에서도 만들어진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의 도입부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 로제토를 소개한다. 1950년대 이 마을에서는 주변 지역보다 심장질환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자들은 식습관과 운동, 유전적 특성만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러 가능성을 조사한 끝에 주목한 것은 주민들의 긴밀한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문화였다. 로제토 주민들은 이웃과 자주 만나고,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했다. 고령자는 존중받았고, 사람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요인일 수 있다고 보았다. 로제토 사례는 사회적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사람들과 만나고,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맡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는 일상 자체가 건강을 유지하는 조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고령자의 교통지원을 생각해 보자. 교통비 부담이 줄어들면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방문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신체를 움직이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관련 실증연구도 있다. 영국의 2002~2016년 교통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무임승차제도 도입 이후 고령자의 버스 이용이 증가했고, 2010년부터 무임승차 자격 연령을 높이자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연구에서는 무임승차권 보유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활동을 할 가능성이 약 1.43배 높았다. 이는 교통지원이 이동과 신체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통지원 축소로 고령자의 사회활동과 관계 맺음이 위축된다면, 이는 단순히 외출 기회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건강을 지탱해 온 사회적 조건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질병기간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이다. 1980년 제임스 프리스(James Fries)가 제시한 이 개념은 수명이 늘어나더라도 질병과 장애를 겪는 기간을 생애 후반의 짧은 시기로 압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90세까지 건강하게 생활하다 마지막 몇 년 동안 집중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삶과, 65세부터 만성질환과 장애로 장기간 의료·돌봄에 의존하다 80세에 사망하는 삶을 비교해 보자.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생애 마지막에 짧은 질병기간을 거치는 삶은, 장기간 고비용 의료·돌봄에 의존하는 삶보다 의료·돌봄 부담이 작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수명의 연장이 생애 총의료비의 감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과 장애가 발생하는 시점을 늦추고 의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고령자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의료·돌봄 재정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건강의 사회적 조건을 유지하는 데 교통지원이 기여한다면, 이는 질병이 발생한 뒤의 의료비 지출과 구별되는 예방적 투자일 수 있다.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 고령자의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그 결과 건강 악화와 돌봄 의존이 앞당겨진다면 교통기관의 운임수입은 늘어나더라도 의료·돌봄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
무엇을 비교하고 계산해야 하는가
이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고령자의 교통지원 이용과 건강 상태, 의료·돌봄 비용을 장기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 접근성이 다른 지역의 동년배를 비교하거나, 65세 무임승차 자격이 생기기 전후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 건강 상태와 의료비, 소득, 생활환경, 의료시설 접근성 등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실제 이동량과 사회활동의 변화를 함께 추적하는 것이다. 5년 또는 10년 뒤 의료비와 입원율, 건강수명, 장기요양 진입 시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본다면 교통지원의 장기적 영향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의료비의 증감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통지원으로 병원 접근성이 높아지면 필요한 진료를 더 많이 받아 단기 의료비가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중증질환이나 장기요양 진입이 늦춰진다면 이를 비용 증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교통복지의 지역 간 형평성과 비용 분담도 검토해야 한다. 지하철이 없는 지역의 고령자에게는 다른 이동지원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 국가가 정한 복지제도로 발생하는 비용을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국가, 지방정부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별도의 과제다.
국민의 삶과 건강은 행정기관의 예산 항목처럼 나뉘어 있지 않다. 교통기관에는 운임수입의 문제로 보이는 일이 보건의료 체계에는 질병 예방의 문제이고, 가족에게는 돌봄 부담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 연령 상향의 재정적 효과를 판단하려면 교통기관의 수입 증가뿐 아니라, 사회활동과 건강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의료·돌봄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계산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지원 축소가 실제로 국가와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65~69세의 무임승차 혜택을 축소할 때 절약되는 비용과 그로 인해 사라질 수 있는 편익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해봐야한다.
고령자가 건강해졌다는 사실은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건강을 유지하는 데 교통지원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건강해졌으니 지원을 줄여도 된다는 판단은, 그 지원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놓치는 것이다. 교통지원 축소로 사회활동과 관계 맺음이 위축되고 건강 악화와 돌봄 의존이 앞당겨진다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끼려다, 건강을 잃은 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비용은 따지면서 성과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판단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출처 및 참고자료
- 연합뉴스(2026.6.24.), 서울시 고령자 교통복지제도 개편 논의. https://www.yna.co.kr/view/AKR20260624111152004
- 서울특별시(2026.8.), 노인교통복지위원회 출범. https://www.seoul.go.kr/news/news_report.do?nttNo=464252
- 대한교통학회(2026.10.22.),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 결과. https://www.news1.kr/local/moi/6328038
- OECD(2025), The Economic Benefit of Promoting Healthy Ageing and Community Care.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the-economic-benefit-of-promoting-healthy-ageing-and-community-care_0f7bc62b-en/full-report/assessment-and-policy-recommendations-for-healthy-ageing-and-community-care_5f142e60.html
- Impact of the statutory concessionary travel scheme on bus travel among older people: a natural experiment from England(2020).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116195/
- Fare-free subway eligibility and older adults’ traffic safety: Evidence from Seoul, Korea(2026).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65856426003344
- 「 아웃라이어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 말콤 글레드웰 (2008)
2026.10.25. 윤성원 +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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